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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호] 유네스코 칼럼 / 관용이 우리에게 중요한 덕목인 까닭
작성일 2017.10.27
담당부서 커뮤니케이션팀 분류 인문사회과학

[737] 유네스코 칼럼

관용이 우리에게 중요한 덕목인 까닭

 

11 16일은 관용의 날이다. 유네스코 강령에 따르면 관용은차이 속의 조화라는 규범적 원칙인데 도덕적 의무를 넘어서 정치적이고 법적인 조건의 의미도 있다.  평화롭고 정의로우며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을 위하여 개인, 집단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원칙이고, 좁은 의미로는 의견의 차이가 있을 때 논쟁은 하되 폭력에 의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이념이다. 이 날을 맞이하면서 차이 속의 조화란 과연 무엇일까, 왜 자유와 평등과 함께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관용이 그렇게 중요한 덕목이 되었을까 한번 생각해 보자.

 

새로운 국제질서를 위한 키워드

지난 세기의 현장에서 관용의 정치를 논할 때 미국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가까운 동료였던 루스 베네딕트와 함께 하나의 중요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일은 전후 새로운 국제 질서에 관한 것이었는데 키워드가 차이 속의 평화, 차이 속의 조화였다.

 

그 시기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엄청난 전쟁의 파괴가 있었고, 아시아에서는 또한 식민주의 질서가 마침내 종식되는 때이기도 했다. 식민주의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 문명론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위계 질서를 수반했다. 탈식민 과정에서 이 기존의 인종과 문명의 상하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절실했다. 다르다는 것이 누구는 잘났고 누구는 못난 것이 아니라, ‘모든 문화적 전통은 그 자체로 고유하고 완전하며, 아래위가 없이 상호 화려하게 다르고 전체적으로 눈부시게 다양할 뿐이다는 평면적 인식으로의 전환이었다.

 

미드는 다름의 이러한 평면적이고 다원주의적인 이해가 전후 새롭고 평화로운 국제 질서의 형성에 있어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동일한 인식이 교육에서는 인류학의 분과에서, 국제 사회에서는 유네스코의 활동에서 가장 강하게 구현되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한 예로 저명한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의 제자인 스위스 출신 인류학자 알프레드 메트로는 다원적이고 다자적인 세계관의 전파를 위하여 교육과 함께 유네스코 초기에 조직의 대표적인 매체인 <유네스코 꾸리에>에 헌신했다.

 

 

관용에 대한 또 다른 도전들

그런데 이런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큰 도전에 직면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이 전쟁으로 말미암아 격화되었던 세계체제의 양극화 현실에서 다름 속의 조화라는 관용의 정치적 이상은 제대로 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 현실은 자유와 평등을 공히 기본 이념으로 하는 현대인이 자유를 표방하는 제국과 평등을 표방하는 제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았던 상황, 여기서의 관용은 선택을 전제로 하는 불완전하고 자가당착적인 것이었다. 1995년 관용의 날 제정은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반세기 전 유네스코가 탄생했을 때 가졌던 이상이 반세기 동안 그 이상을 옥죄었던 양극의 현실로부터 마침내 자유로워졌음을, 그래서 그 힘과 당위를 새롭게 선언하는 것이었다.

 

탈냉전의 세계에는 다름의 조화에 대한 또 다른 도전들이 있어 왔다. 1992~1995년 보스니아 전쟁은 관용의 날 선언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근본주의적 종교의 이름으로 관용의 평화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있고, 인종주의 혹은 전체주의적 색깔로 관용의 조화 그 원칙 자체를 부정하는 움직임들도 있다. 따라서 이들을 도저히 관용할 수 없는 관용 정치의 한계에 대한 고민도 있다. 더하여 한반도의 현실에서처럼 반세기 전 양극화의 도전이 아직까지도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며 국제 사회의 보편적 합의를 무시하는 크고 작은 국가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름의 평화와 다름의 조화는 여전히 유의미한 원칙이고,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싸움에서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역사가 관용의 글로벌 역사에 차지하는 자리가 크기 때문이다.

 

 

 

 

 

 

 

 

 

 

 

 

 

*권헌익 교수는 생생한 현장 연구와 구체적인 지역에 기반을 둔 독특한 시각과 역사 해석으로 주목받는 세계적인 인류학자다. ‘인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기어츠상(Geertz Award) 수상작인 <학살 그 이후>, <또 하나의 냉전>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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