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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6호] 특집 / 과학의 시대, 왜 인문학인가?
작성일 2017.09.27
담당부서 커뮤니케이션팀 분류 기획

[736] 특집

과학의 시대, 왜 인문학인가?

 

 

 대학에서는인문학의 위기란 말이, 출판 및 교육계에서는인문학 열풍이란 말이 동시에 유행하는 기이한 현상이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지도 꽤 오래 된 듯 하다. 이는 우리가돈을 벌고 직업으로 삼을 그 무엇이란 기대를 인문학으로부터 거둬들인 한편으로, 여전히 인문학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의 원천으로 여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이유가 뭘까.

 

 

 

과학은 지금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속도와 힘에서 가공할 위력을 보여줬던 과학은 이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기세다. 나노기술과 유전공학, 인공지능 등 지금 과학계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영역은 그간 보이지 않고 계량화할 수 없는 부분에서비교우위를 자신해 온 인문학에 새로운 차원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편으로 과학은 과학의 힘만으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진 분야에서 다시 인문학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인류가 쌓아두고 있는 산더미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인문학과 과학이 머릴 맞대야 한다는 이야기를 다름 아닌 과학자들이 먼저 한다. 유네스코 역시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인문학의 틀 안에서 함께 다뤄 보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기울여 왔다. 지난 8 6일부터 12일까지 벨기에 리에쥬에서 열린세계인문학대회’(World Humanities Conference)바로 지금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다루는 데 인문학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런가 하면 유네스코가 교육부와 함께 지난 2011년부터 격년제로 한국에서 개최하고 있는세계인문학포럼’(World Humanities Forum)은 학계와 일반인이 함께 참여해 즐기는 인문학 축제의 장이라 할 수 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과학의 시대에, 유네스코가 인문학에 이토록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 기술이 펼쳐놓은 장밋빛 청사진을 제쳐 두고 세계적 학자들은 인류의 이 오래된 지혜 안에서 무얼 보고 있는 것일까.

 

인문학 안에서 찾는 인간 고유의 것

‘통섭’(consilience)의 주창자로 잘 알려진 세계적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O. Wilson)은 지난 2014년 자신의 저서 <인간 존재의 의미>(The Meaning of Human Existence)를 통해 인문학을우리의 가장 내밀하면서 소중한 유산이라 말한다. 인문학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라 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가치라고도 한다. 물론 그도 한 사람의 생물학자로서 과학이 현대 인류의 삶을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가장 영향력 있는 학문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모든 분야가 그렇듯 과학 역시 지금과 같은 발전 속도를 무한히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먼 훗날 과학이 규모와 복잡성에서 발전에 한계에 봉착하게 되면 과학은 더 이상 국가 간, 문명 간의차이를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라 본다. 과학과 기술이 그것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차이를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되는 그 때, 각각의 차이를 드러낼 수 있는 원천은 인문학밖에 없다. 에드워드 윌슨은 인문학이 지구를 벗어난우주적 관점에서도 인류만의 가치를 담은 유일한 그릇이라 말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예로 든 것이머나먼 시공 여행을 거쳐 지구에 도착한 어느 외계인의 입장이다. 과학은 전 우주 공통의 언어이기에, 이미우주여행능력을 갖춘 외계 문명에 있어 우리 인류의 과학은 별로 가치가 없을 것이다. 이와 달리 지난 수천 년에 걸쳐 우리 머릿속에서 만들어지고 전해 온 전통과 노래와 역사와 문학은 우주에서도 오로지 인류만의 것이다. ‘우리가 아닌 타자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걸러내고 또 걸러낸 뒤,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는 학문이 인문학일 거라는 뜻이다. 이 점을 받아들인다면, 그는 앞으로 전개될 과학 혁명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기계와 경쟁을 펼치려는 시도 또한 부질없는 짓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유전공학이나 체내 삽입 컴퓨터 등으로 사고력을 무리해서 끌어올리려 하는 대신, 인문학의 가지를 뻗어 나가게 해 줄 인간만의 고유한 생각과 지혜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게 미래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과학이 닿지 못한 곳에 빛을 비추다

사실인간만의 가치를 담고 있으므로 인문학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인문학이구체적으로 어떻게그러한지에 대한 답이 쉽게 나오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분야에서해결사로 등장하고 있는 인문학의 사례는 인문학의 실질적 쓰임새와 미래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어 가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인류가 직면한 그 어떤 이슈보다도 과학적이고 실천적인 접근법이 필요해 보이는 기후변화 문제에서, 석학들은 인문학을 과학이 찾지 못한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여긴다. 노베르토 그리베치(Norberto Grzywacz) 미 조지타운대 인문과학대학원장은기후변화 문제를 과학이란 렌즈로만 들여다보는 것은 인간이 야기한 문제에서 인간이란 요소를 빼고 해결책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찾기 위해 인문학에서 내놓는 역사적 맥락을 들여다보는 것이 기온 변화 추이나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수치로 들여다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700~800여 년 전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겪었던 급격한 수자원 변화 사례에 대한 역사적 접근법은 수십 년간 해수 온도 변화와 기온 변화를 추적해 온 과학적 데이터 이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문화적 해결책을 찾는 데 유용할 것이다. 기후변화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재생에너지 무용론을 주장하는 일부 대중과 특정 이익집단에 대한 효과적 대처를 위해서도 문화인류학과 심리학의 힘이 필요하다. 헬렌 스몰(Helen Small) 옥스퍼드대 영문학 교수는지구온난화의 실체를 둘러싼 논쟁과 변화를 거부하는 강력한 기득권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는 문제 해결 자체가 불가능하다그런 점에서 기후변화는 (과학이 아닌 인문학이 다뤄야 할) 문화의 문제라고 말한다. 지난 수 세기 동안 거의 무한하다는 가정 하에 화석에너지를 쏟아부어 온 산업계 전반의 문화, 그 결과 보존보다는 소비에 훨씬 익숙해진 각 가정과 개인의 소비 문화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은 채 기술적이고 대증적인 대책만 세워서는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스몰 교수는 따라서 기후변화를 둘러싼 지지부진한 현 상황을 뒤집고자 하는 활동가라면 과학적 지식과 더불어 인문학적 소양, 특히 사람들의 선입견과 익숙함과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인문학적 언어와 태도를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평화와 발전 위한 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처럼 인문학이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중요하며 꼭 필요하다는 주장의 중심에는 과학이 인문학으로부터 유리된 채 다루어져서는 앞으로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기후변화대응, 지속가능발전, 인공지능과 인간소외, 정보통신과 프라이버시 등, 인류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 연구와 인문학적 성찰의 두 날개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세계적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공감의 시대>(The Empathic Civilization)에서 “(인간은) 더 이상 지구를 쓰다 버린 에너지로 채울 것이 아니라 동정과 아량으로 채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동정과 아량, 관용, 공감, 그리고 사랑. 아직까지도 과학의 힘으로 정확히 계량하지도 파악하지도 못한 이러한 인간만의 감정을 다루고 전파하는 데 인문학, 특히 문화와 예술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트디부아르의 시인이자 소설가 겸 철학자인 타넬라 보니(Tanella Boni) <유네스코 꾸리에> 7~9월호에 기고한 글사회의 심연에 있는 시인’(The poet at the heart of society)에서언어나 문화,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강력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예술적 창작물이라고 했다. 세상으로부터 얻은 지혜와 가치를 전파하는 도구로서, 전통과 문화와 정체성 등 지금 인간의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시의 - 그리고 인문학의 - 가치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불가능함을 강조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근대 이후 오랫동안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체계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사유나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과학이 불러일으킨 혁명 과정에서 소외되어 온 인문학은과학으로 대체 불가능한 영역에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설령 과학이 인간만의 영역을 넘나드는 날이 오더라도 자신은인간만의 생물학적 본성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실존적 보수주의’(existential conservatism)에 기꺼이 한 표를 던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과학과 인문학이 손을 맞잡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다음의 희망 섞인 예언이 현실화되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스스로 찾아내고 분석하는 과학의 힘이 인문학의 내성적 창의성과 결합된다면, 인간은 무한히 더 생산적이고 흥미로운 의미를 지닌 존재가 될 것입니다.”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위원

 

 

참고자료

Huffingtonpost.com

Maddie Crum "Scientist E.O. Wilson on Why the Humanities Matter"

Reinvent.net "What Role Can the Humanities Play in Tackling Climate Change?"

Unesco.org

Courier July 2017, "The Poet at the Heart of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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