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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5호] 주재관 서신 / 국경을 뛰어넘는 공존, 유네스코가 더 널리 들려줘야 할 이야기들
작성일 2017.09.05
담당부서 문화팀 분류 문화

[735] 주재관 서신

국경을 뛰어넘는 공존, 유네스코가 더 널리 들려줘야 할 이야기들

 

스페인 음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파에야는 아랍 문화의 산물이며, 프랑스에 가서 꼭 먹어봐야 하는 크루아상은 사실 오스트리아가 원조이고, 일본의 돈가스는 프랑스의 코틀레트에서 가져왔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장소를 넘어 이동하는 문화의 살아 움직이는 속성을 생각하면, 국경을 넘나드는 이 흐름은 너무나 당연하다.

 

유네스코 헌장은서로의 풍습과 생활에 대한 무지가 사람들 사이에 의혹과 불신을 초래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진단한다. 이 무지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그어진 경계선을 먼저 넘어야 한다. 그럼에도 유네스코 안에서 마주치는 가장 큰 아이러니는 바로 이 국경이다. 국가가 기준이 되는 국제기구의 성격상 유네스코는 그 어느 공간보다 더 명백히 국가가 기능하고, 더 선명한 국경이 존재한다. 문화, 역사, 자연이 국경 안에 갇힐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특히 유네스코가 그 가치를 인정하는 지정제도는 종종 갈등의 불씨가 된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영토분쟁 지역에 위치한 프레아비헤아르 사원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자 불붙은 무력충돌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골은 세계유산을 두고 더 깊게만 느껴진다. 지난 7월 헤브론 구시가지가 팔레스타인의 유산으로 등재 결정되자 이스라엘 측은 격렬히 항의했다.

 

우리나라도 유네스코를 둘러싼 이웃 국가들과의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 역사의 문제를 자극한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이 그러하다. 각각 우리나라와 중국의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오른 단오절과 농악무는 한·중 간의 원조 논쟁을 뜨겁게 일으키기도 했다. 아리랑, 온돌, 해녀로 논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경이 문화만을 가르는 것은 아니다. 자연에게 국경은 오히려 더 큰 장애물이다. 가축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츠와나와 나미비아에 설치된 철선에 걸려 수많은 야생동물이 죽어갔으며,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헝가리와 크로아티아 국경에 놓인 레이저 장벽은 수천 마리 사슴의 먹이와 짝짓기 경로를 막고 있다.

 

 

유네스코 안에서 국가는 그 수만큼, 또 국가라는 견고한 틀만큼 경계가 뚜렷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나라 사이의 벽을 없애고 평화와 공존의 스토리로 서로를 잇는 일은 유네스코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유네스코가 지역과 유산을 지정하는 제도 모두 여러 나라가 함께 등재하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이제껏 세계유산은 37, 인류무형유산은 30, 생물권보전지역은 20, 지질공원은 4곳이 접경지역 유산 또는 다국적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국경을 넘어 함께 협력하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작년에 프랑스, 아르헨티나, 스위스, , 인도, 독일, 벨기에 등 7개 나라는 르 코르뷔지에 건축물을 세계유산에 함께 올렸다. 3개 대륙을 아우른 이 야심찬 계획은 세계유산 안에서 나라 간 협력이 얼마나 가능한가를 보여주었다.

 

살아있는 문화를 다루는 무형유산은 국경을 넘는 일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노브루즈, 노우루즈, 누루즈, 나브루즈, 누로크, 네브루즈. 이름은 다르지만 중앙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전역에서 음력 3 21일에 거행되는 새해와 봄의 시작을 기리는 전통이다. 2009 7개 국가가 목록에 올린 이 유산은 지금 12개 국가의 유산이 됐다. 누가 먼저라기보다는 공동의 유산으로 함께 지켜가자는 것이다.

 

생명을 지키는 사례도 있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슬로바키아를 아우르는 동()카르파티안 생물권보전지역. 유럽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가 살고 있다는 늑대, 불곰, 그리고 멸종 위험에 처한 붉은큰뿔사슴, 허큘조랑말이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고 있다. 올해 새롭게 지정된 4개의 접경생물권보전지역들이 앞으로 보여주게 될 모습이기도 하다.

 

국경을 넘어 협력하는 사례들은 우리가 유네스코로부터 듣고 싶어 하는 평화와 공존의 이야기를 잘 담고 있다. 서로에 대한 무지를 이해로 이끌기 위해 유네스코는 더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더 널리 들려줘야 한다.

 

이선경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은 2년 임기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파견하며, 담당분야 대표부 외교업무수행, 유네스코와 대표부, 한국위원회 간의 연락 및 유네스코 활동 동향 및 정보 파악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사업 분야의 조사, 연구, 정책개발 등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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