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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호] 문화유산 / 율리아 돔나의 귀향
작성일 2017.06.27
담당부서 문화팀 분류 문화

[733] 문화유산

율리아 돔나의 귀향

 

도난, 도굴, 약탈 등으로 불법 유출된 문화유산의 운명은 대개 가혹하다.

 

관련자는 많고 추적하기는 어려우며, 온전히 되찾는 과정은 더더욱 험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일부 유산들의 이야기는 ‘문화유산지킴이’를 자처하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과 유네스코 관계자들에게 희망을 준다. 지난 2013년에 도난당했다가 3년 만에 원래 자리로 돌아온 2세기 로마시대의 대리석 흉상, 율리아 돔나(Giulia Domna)의 사례도 그 중 하나다.

 

 

웰컴 백, 율리아 돔나

로마제국 세베루스 황제의 부인인 율리아 돔나를 본떠 만든 30cm 남짓한 크기의 이 대리석 흉상은 이탈리아 티볼리의 빌라 아드리아나 박물관에 전시되던 중 지난 2013년 도난당했다. 박물관과 이탈리아 사법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적을 감춰버렸던 율리아 돔나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5. 장소는 이탈리아가 아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였다. 암스테르담의 크리스티 경매사에 네덜란드인 두 명이 이 흉상의 경매를 의뢰한 것이다. 하지만 과거 빌라 아드리아나 박물관에서 찍힌 같은 흉상 사진을 알아본 크리스티의 담당 직원은 네덜란드 및 이탈리아 당국에 해당 내용을 문의했고, 양국 수사기관의 추적과 수사 끝에 지난해 12월 범인이 붙잡히고 율리아 돔나는 마침내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불법 유출 문화재의 ‘새드엔딩’을 막아라

하지만 대부분의 불법 유출 문화재들은 율리아 돔나처럼 ‘해피엔딩’을 누리지 못한다. 유네스코 등 여러 국제기구 및 사법 당국이 노력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그 성과가 미미하다. 이번 율리아 돔나 수사를 지휘한 이탈리아 카라비니에리 경찰국 문화유산보호 담당관인 파브리지오 로시는 “약탈, 도난, 밀수되는 문화유산들은 대부분 그대로 실종되거나 영구미제로 남는다”며 “수많은 범죄자들이 이 과정에서 자신의 주머니를 불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불법 유출된 문화재를 되찾기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유출된 문화재가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며 ‘경로 세탁’을 거치기에 그 과정에 속한 모든 나라, 모든 관계기관의 긴밀한 공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유출 주체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범인’이 상대적으로 명확한 도난 문화재와 달리 전쟁, 내전 등의 혼란 상황이나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침탈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유출된 문화재들은 범인을 특정하기조차 쉽지 않고 돌려받는 것은 더욱 까다롭다.

 

 
 

 

유네스코의 반세기 노력

불법 반출되는 문화유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네스코는 1950년대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유네스코는 1954년 ‘전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헤이그 협약’, 1970년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일명‘1970년 협약’)을 마련했고, 1995년에 국제사법위원회(UNIDROIT, International Institute for the Unification of Private Law)와 함께 ‘도난 및 불법 반출된 문화재 반환에 관한 유니드로와(UNIDROIT) 협약’을 체결해 관련 국제법 체계를 가다듬었다. 최근에는 중동 지역 테러리스트들이 문화재 파괴 및 조직적인 밀수를 통해 테러 자금을 마련하고 있어, 유엔 안보리와 해당 지역 국가들과 공동으로 유출 경로 차단 및 강력한 제재 수단 마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반세기에 걸친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출된 문화재의 귀향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예를 들어 국가 간 문화재 반환 분쟁에서 주요 근거가 되는 ‘1970년 협약’은 협약이 체결된 1970년 이후 불법 반출된 문화재에 대해서만 효력이 있고, 중동지역 등에서의 조직적 문화재 파괴 및 약탈 행위를 사후 대책만으로는 막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크다.

 

 

우리 관심이 특히 더 필요한 이유

지난 5 17일부터 이틀간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열린 1970년 협약 비준국 4차 회의에서 분과위원회를 주재한 알바니아의 실바 브레샤니 의장은 “(문화재 밀수 문제해결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 공유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인터폴, 세계관세기구, 국제사법위원회, 국제박물관 협의회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유출 문화재 문제는 다자 협약과 양자 협약, 그리고 민간 차원의 홍보 및 참여 노력 등 다양한 층위에서 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는 고난도의 문제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주도면밀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야 할 이유가 특히 우리에게는 더 많다.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적지 않은 수의 우리 문화재가 지금 ‘타향살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 4월 기준, 문화재청이 파악하고 있는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는 총 16 8330점이며 그 중 7 1422점이 일본에, 4 6404점이 미국에 있다(출처: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들을 돌려받는 과정은 율리아 돔나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하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집 나간 문화재’를 안타까워 할 우리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가 한 발 한 발 내디뎌 나가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위원

 

참고자료

unesco.org Giulia Domnas Story of Illicit Trafficking, Stakeholders Join their Efforts to Fight Illicit Trafficking of Cultural Prope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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