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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호] 유네스코 칼럼 / 인문학, 인문정신 그리고 민주주의
작성일 2017.06.27
담당부서 커뮤니케이션팀 분류 인문사회과학

[733] 유네스코 칼럼

인문학, 인문정신 그리고 민주주의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에 어원을 두고 있는 영어 ‘humanities’는 그 맥락에 따라 인문학 혹은 인문정신으로 번역된다. 인문학이란 잘 알려진 대로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중심한 분과학문을 의미하며 대학교육의 기초교양으로 강조되기도 한다. 한편 인문학이 사회적 공공재로 역할을 할 때 인문학은 인문정신으로 발현된다.

 

대학에서 인문학이 쇠퇴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학 바깥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높다. 시·군·구 지자체와 기업에서도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있고 대학 연구소에서도 시민인문학, 마을인문학 등의 이름으로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정기적으로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 인문학 프로그램들은 그 내용에 있어 대학의 기초교양으로서의 인문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민들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 또한 고급한 교양과 지식에 대한 문화적 욕구에서 출발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급문화에 대한 욕구 그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인문학이 우리 사회의 공공적 가치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요컨대 개인교양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닌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인문학, ‘인문정신’을 기대하는 것이며, ‘무중력’의 인문학이 아닌 시민적·공공적 가치를 지향하는 인문학, ‘인문정신’을 기대하는 것이다.

 

인문학이 단지 개인의 교양에 그치지 않고 한 사회 전체의 가치관, 그리고 공공선과 관계할 때 인문학은 사회적 공공재가 된다. 공공재로서의 인문학, 즉 인문정신은 한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적 품격의 총화라고 할 수 있다. 1965년 설립된 미국의 국립인문진흥재단(NEH,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은 그 설립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지혜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NEH는 인문 분야의 탁월성을 증진하고 역사로부터 얻은 교훈을 모든 미국시민들에게 널리 알림으로써 미국의 민주주의와 국력을 신장시키는 데 이바지하고자 한다.(http://www.neh.gov)

 

민주주의는 단지 법과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그 구성원인 ‘시민들의 지혜’를 필요로 하며 그 지혜의 원천은 바로 인문학이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일상화돼 있는 갈등과 분쟁은 법이나 제도로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공공적 현안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다. 사회적 합의란 결과로서의 ‘일치된 의견’이 아니라 합의에 이르는 절차이자 그 과정을 말한다. 투표라든지 다수결이 민주적 제도로서 의미를 갖는 것도 그 과정의 선함에 있는 것이지 그 결과가 선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든 것을 투표로만 결정해야 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투표 이전에 다양한 방식과 경로를 통해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면서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바람직한 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시민의 총명함과 지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문학이 대학의 학술적 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 공공재로 기능할 때 인문학은 ‘인문정신’으로 발현될 것이며, 성숙한 민주주의를 꽃 피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 진흥의 문제를 대학교수와 미취업 박사들의 문제로 한정해서 바라보지 말고 우리 사회의 미래와 관련해서 인식할 수 있는, 긴 안목의 정책적 혜안이 절실하다.

 

 

 

 

 

 

 

 

 

 

 

 

 

조성택 교수는 미 뉴욕주립대에서 비교종교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 인문학·인문정신진흥심의위원회 위원 및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발간하는 한국학 영문학술지 <코리아저널>(Korea Journal)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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