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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호] 과학 / 해저의 타이타닉호에서 인류의 미래를 묻다
작성일 2017.05.26
담당부서 과학청년팀 분류 자연과학

[732] 과학

해저의 타이타닉호에서 인류의 미래를 묻다

 

세계 해양의 날(6 8)을 전후해 유엔과 유네스코는 해양생태계 및 해양자원 보호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세계 수중고고학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오션 콘퍼런스’(Ocean Conference, 6.5~6.9)에서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부대행사다. “역사가 없는 바다(An Ocean without History)? 수중문화유산의 중요성”이란 주제로 6 5일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수중고고학 권위자들이 연사나 패널로 참석해 수중문화유산의 보호와 연구에 대해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타이타닉호 탐사로 유명한 제임스 델가도 박사(전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 해양유물 담당국장), 존 핸더슨 영국 노팅엄 대학(수중고고학연구센터) 교수 등이 대표적인 참가자다.

 

해저보물 수난사와 보호협약

그런데 유네스코와 학자들이 말하는 수중문화유산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단지,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옛 유물만을 의미할까. 여기서 잠시, 수중문화유산의 정확한 의미를 짚어보자.

1900년대 중반 세계 곳곳의 해역에서는 서부 개척시대의 ‘골드러시’를 방불케 하는 해저 보물에 대한 상업적 탐사와 약탈이 이뤄졌다. 새로운 잠수 장비의 개발과 ‘보물선’의 환상이 맞물려 난파선 유물에 대한 무분별한 인양 작업이 시도됐다. 해저에서 건져 올린 골동품과 귀금속이 암시장에서 고가로 판매되면서 보물사냥꾼들 사이에 전쟁을 방불케 하는 쟁탈전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와중에 무리한 심해 작업 등으로 잠수사 20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프랑스 언론은 이를 ‘임포라 전쟁’이라 불렀다. ‘임포라’는 고대 그리스 및 로마 시대에 쓰인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흘렀지만 해저의 유산을 둘러싼 상황은 그다지 호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첨단 해저탐사 및 발굴 장비의 등장으로 상업적 탐사와 이로 인한 유물·유적의 훼손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게 수중고고학자들의 시각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1900년대 말까지도 국제사회가 바닷속 유물과 유적을 보호하고 상업적 탐사에 제동을 걸 만한 유효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해저의 유물·유적이 훼손되는 것은, 미처 돌아보지 못한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가 찢기고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유네스코는 지난 2001년 제31차 총회에서 바닷속 인류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수중문화유산보호협약’(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Underwater Cultural Heritage)을 채택했다.

유네스코 회원국 20개국의 비준으로 2009년부터 발효된 이 협약은 수중문화유산을 ‘최소 100년 이상 지속 또는 간헐적으로,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수중에 위치해 온 문화적, 역사적 또는 고고학적 성격을 지닌 인류의 모든 흔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중문화유산에는 전체나 일부가 수중에 위치해온 유적지, 구조물, 건축물, 인공물 및 인류의 유해와 이들이 갖는 고고학적, 자연적인 배경까지 포함된다. 또한 선사시대의 유물로부터 선박, 항공기, 다른 수송수단과 그 적하물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도 광범위하다. ‘바다’ 대신 ‘수중’(underwater)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수중문화유산이 바다를 비롯해 강과 호수의 유산까지 아우르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수중유산에 담긴 특별한 DNA

수중고고학자들은 바다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말한다. 바다는 수많은 유물과 유적을 품고 있으며, 이러한 수중문화유산은 수십 수백 수천년에 걸쳐 해저 깊은 곳에 기록된 인류 역사의 숨겨진 페이지들이기 때문이다.

1991년 해저 37m에서 발견된 프랑스 꼬스께 동굴(Cosquer Cave) 2 7000~1 9000년 전에 인류가 남긴 독특한 회화와 조각을 통해 선사시대의 삶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준다.

지구의 바다에 잠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300만척 이상의 난파선들도 단절된 역사에 대해 말없이 증언을 한다. 일본 원정에 나섰다 태풍으로 침몰된 원나라 쿠빌라이 칸의 함대, 영국 침공 때 격침당한 스페인 필립 2세의 아르마다 함대, 빙산에 충돌해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타이타닉호…. 이 난파선 하나하나는 침몰 당시 탑승한 이들의 삶과 시대상을 보여주는 타임캡슐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다에서 건져올린 고대 유물들은 수백, 수천 년을 뛰어넘어 한 시대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문명의 향기를 맡게 해준다. 1900년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안티키테라(Antikythera) 섬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대 그리스의 청동조각상 ‘안티키테라의 청년’은 누구를 묘사한 작품인가를 두고 현대인들의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역시 같은 바다의 난파선에서 인양한 ‘안티키테라 기계’(천체의 움직임을 계산, 예측하기 위한 장치)는 최초의 아날로그식 컴퓨터라 불리며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와의 상관관계

이제 처음의 화두로 돌아가 수중문화유산과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상관관계를 한번 살펴보자.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사람과 사람, 인류와 자연,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공존과 번영을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전 세계의 약속이다. SDGs 17개 목표와 각 목표에 따른 169개 세부목표(실천과제)로 구성돼 있다. 유네스코는 수중문화유산의 보호 및 연구가 이 가운데 특히 해양과 관련된 SDG14를 비롯해 교육 부문을 다룬 SDG 4, 도시 및 주거지와 관련된 SDG 11, 기후변화 대응을 다룬 SDG 13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과 모두를 위한 평생 학습 기회 증진’을 목표로 하는 SDG 4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세부목표들이 있다. 그 중 7번째 세부목표(SDG 4.7)의 내용 중에는 ‘평화와 비폭력 문화 확산에 대한 교육…’이 담겨 있는데, 수중문화유산을 활용하면 평화 교육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유네스코의 시각이다.

실제로 유네스코는 2014년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평화와 화해 교육을 위한 유산 계획’(The Heritage for Peace and Reconciliation Education Initiative)을 세워 2018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5 30일에는 그 일환으로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해저의 유산’(Heritage of the Depths)이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 및 발표회를 가졌다. 이 영화는 약 100년 전,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에 의해 침몰한 프랑스 군함 ‘당통’(Danton, 프랑스 혁명 지도자의 이름)호에 대한 심해 조사 과정을 다룬 것이다. “잠수복을 입은 인디아나 존스”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수중고고학자 미셀 루르(Michel LHour) 프랑스 해양문화재연구소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진 조사를 통해 선원 296명의 유해를 건져낼 수 있었다고 한다. 유네스코는 전쟁으로 희생된 인명과 난파선의 모습이 무엇보다도 강력한 평화 메시지를 후대에 전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유네스코는 수중문화유산에 대한 조사 및 연구가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SDG 13 3번째 세부목표, SDG 13.3)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수중문화유산이 과거 인류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을 했고, 또한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귀중한 증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수중고고학자들은 인류가 존재해온 기간 중 90% 이상의 시기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40~130m가량 낮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늘날, 선사 시대의 유적들이 상당 부분 물에 잠겨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다시 해수면의 변화에 직면해 있는 지금의 인류가 이미 물에 잠겨 있는 옛 유적을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과 관련된 지속가능발전목표인 SDG 14와 수중문화유산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SDG 14는 해양생태계 보존 및 해양 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세부목표에서는 수중문화유산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수중문화유산의 보호 및 연구는 연안 및 해양을 더 잘 보존(SDG 14.5)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관광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증대(SDG 14.7)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한 이유

지구촌 여러 국가들은 수중문화유산의 중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감이 유산의 보호와 보존, 연구와 조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수중문화유산의 소유권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은 유산 보호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프라우 마리아(Vrouwe Maria)호를 둘러싼 3국 분쟁이다.

프라우 마리아호는 1771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항해 러시아로 향하던 중 북유럽의 발트해 인근에서 큰 폭풍우를 만나 침몰한 난파선이다. 당시 이 배에는 러시아 여황제 예카테리나 2세의 지시로 수집한 수많은 예술품과 보석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문제는 1999년 핀란드 인근 발트해에서 이 배가 발견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자국 여황제가 구입한 예술품을 실었다는 이유로, 핀란드는 자국 영토에서 배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그리고 네덜란드는 프라우 마리아호가 자국 상선이었다는 이유로 각각 소유권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때 유네스코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프라우 마리아호의 소유권을 둘러싼 3국의 팽팽한 신경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제문화재보호단체들은 유물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조사 및 인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1 12월 벨기에 왕립도서관에서 열린 ‘유네스코 과학 콜로키엄’은 ‘수중문화유산이 더 이상 인류를 기다려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수중문화유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논의한 이 회의에서는 과학계가 놀랄 만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타이타닉호의 잔해에서 새로운 박테리아종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해저 타이타닉호의 선체 등에 고드름처럼 덩어리로 붙어 있는 물질이 쇠가 녹슬어 생긴 것이 아니라 신종 박테리아 덩어리라는 것. 이 박테리아가 쇠를 분해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타이타닉호의 미래를 두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타이타닉호의 경우처럼, 보호와 보존에 적신호가 켜진 수중문화유산들은 적지 않다. 어쩌면 인류 앞에 놓인 수중유산이라는 모래시계 위에는 이제 남은 모래가 그다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류 모두의 바닷속 유산을 보호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영철 유네스코뉴스 편집국장

 

참고자료

유네스코 수중문화유산 웹사이트(http://www.unesco.org/new/en/culture/themes/underwater-cultural-heritage/)

Underwater Cultural Heritage from World War I (2015)

Scientific Colloquium on Factors Impacting Underwater Cultural Heritage (2011)

Submerged Memory (2009, the UNESCO Courier)

‘새로운 국제규범, 수중문화유산보호협약’ <유네스코뉴스> 2009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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