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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주재관 서신 / 위험에 빠진 인류 유산 구하기 국제사회가 다 함께 나섰다
작성일 2017.05.02
담당부서 문화팀 분류 문화

[731] 주재관 서신

위험에 빠진 인류 유산 구하기 국제사회가 다 함께 나섰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안다르 디네’의 지도자 알마흐디가 지난해 8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 법정에 섰다. 죄목은 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세계유산 팀북투 유적을 파괴한 것. “주민 전체의 존엄성, 정체성, 종교와 역사적 뿌리가 냉혹한 공격을 받았다. 이는 인류 전체에 대한 공격이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이유다. 문화유산 파괴범에 대한 첫 국제심판이었던 이 판결은 문화유산 파괴를 집단학살과 같은 반인도적 전쟁범죄로 처벌하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극단주의자에게 파괴당할 위협에 놓인 문화유산이 팀북투만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바미안의 거대석불, 시리아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의 신전, 이라크 모술의 기독교 수도원과 님루드 유적이 이미 폭파되고, 짓밟히고, 불살라졌다. 이같은 만행은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위험에 처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55. 그 중 3분의 2 이상이 테러와 내전에 노출돼 있다. 시리아에서는 문화유산의 90%가 전쟁지역에 있으며, 4500곳이 넘는 유적지가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에 점령당한 지역에 있다.

 

극단주의자들은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보여주기’를 통해 멀쩡한 유산을 볼모로 ‘살아남기’를 위한 자금줄로 악용하고 있다. 약탈한 유물을 밀매해 벌어들이는 돈은 IS의 주요 자금원이 된 지 오래다. 2016 4월 유엔주재 러시아대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그 규모는 연간 1 5000만 달러( 1725억 원)에서 2억 달러( 23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만한 거액이 다시 유산 파괴를 빌미로 한 재산 증식에 쓰일 것을 생각하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년 가까이 극단주의 단체들이 문화유산을 무차별 파괴하는 엄연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도, 국제사회는 이제까지 손 쓸 수가 없었다. 분노와 비난만으로는 그들의 행위를 막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류유산 보호의 소임을 띠고 해결할 길을 찾아 전면에서 뛰었던 유네스코도 마찬가지였다. 규범을 만들고, 연대를 촉구하고, 인식확산에 나섰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다행히 오랫동안 막혀 있던 이 길에 최근 청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섰고, 문화강국을 자임하는 회원국들이 앞장섰다. 3 24,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데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반영한 ‘역사적 결의’를 채택했다. 한국을 비롯한 55개 나라가 힘을 보탠 대규모 결의였다.

 

이 결의안은 각국 정부가 문화유산의 파괴, 약탈, 불법거래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적으로 입법·행정적 조치를, 국제적으로는 문화유산 범죄의 근절과 처벌을 위한 국제사회의 활동에 긴밀히 공조할 것을 주문한다. 여태껏 있었던 국제사회의 목소리 중 가장 강하고, 포괄적이며 또 가장 구체적인 액션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유네스코가 있다. 더디 가던 유네스코의 규범, 기금, 활동이 이러한 움직임으로 힘을 받으리라고 기대할 만하다.

 

이 결의안을 이끈 나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이뿐만 아니라 두 나라는 ‘분쟁상황에서의 문화유산’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제연대기구(제네바 소재 예정)를 설치하고, 기금 1억 달러를 모으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12월 아부다비에서 열린 첫 회의에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 참석, 3000만 달러( 345억 원) 출자를 약속했다.

 

이탈리아는 유네스코 안에서 이뤄지는 캠페인, 전략 수립 및 기금 조성 논의를 주도하고, 활동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3월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개최된 G7 문화장관 회동의 키워드도 ‘문화유산 파괴와 밀수의 종식’이었다. 문화강국의 면모를 제대로 과시하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두 나라의 노력은 국제적 연대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간 국가와 민족 안에 갇혀 있던 문화유산 보호가 이제 초국가적 이슈로 떠올랐고, 새로운 구심점이 형성되고 있다.

 

유네스코가 오롯이 걸어오던 길에 탄탄한 기반이 깔리고 든든한 파트너가 생겼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공감과 연대의 힘이다. 과거 전쟁 통에 수 많은 문화유산의 파괴와 약탈을 경험한 우리나라의 남다른 공감은 이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큰 동력이 되리라 본다.

 

이선경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은 2년 임기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파견하며, 담당분야 대표부 외교업무수행, 유네스코와 대표부, 한국위원회 간의 연락 및 유네스코 활동 동향 및 정보 파악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사업 분야의 조사, 연구, 정책개발 등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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