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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유네스코 칼럼 / 생물다양성에서 생명다양성으로
작성일 2017.05.02
담당부서 과학청년팀 분류 자연과학

[731] 유네스코 칼럼

생물다양성에서 생명다양성으로

 

 

<유네스코뉴스>를 받아보는 분 중에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 구달(Jane Goodall)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구달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1996년이었다. 어떤 과학잡지의 기자가 내 연구실로 전화를 걸어와 외국에서 오신 학자를 인터뷰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대학 교수에게 별걸 다 시킨다 싶어 시큰둥하게 누가 왔냐고 물었는데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이름은 뜻밖에 제인 구달이었다.

 

학업과 연구로 미국에서 15년을 사는 동안 꼭 한 번 뵙고 싶었건만 그런 행운의 기회가 없었는데 그 분이 오셨다고? 나더러 마주앉아 인터뷰를 진행해달라고? 나는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언제요? 어디요?” 하며 달려나갔다. 그런 인연으로 구달 선생님과 나는 그 후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고, 급기야는 내 초청으로 2~3년에 한 번씩 방한해 대중강연도 하시고 자연 보전 관련 행사에도 참여하신다. 금년에는 8월 중순에 예년보다 길게 56일 일정으로 오실 예정이다.

 

2013년에는 선생님과 내가 의기투합해 재단을 설립했다. 영어로는 ‘The Biodiversity Foundation’이라고 지었는데 우리말로 뭐라 부를까 망설여졌다. Biodiversity’는 대개 우리말로 ‘생물다양성’이라고 번역한다. 서양 사람들은 ‘biodiversity’를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물다양성’ 하면 그저 멸종 위기종에 관련된 이슈쯤으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 끝에 ‘생명다양성재단’이라 부르기로 했다. 단 한 글자 ‘물’을 ‘명’으로 바꾼 것뿐인데 사람들은 우리 재단이 하는 일을 훨씬 광범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옛말이 실감났다. 원래 생물다양성에는 유네스코가 하는 일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자연 생태계의 종다양성(species diversity)뿐 아니라 생물이 사는 삶터의 다양성(habitat diversity)은 물론, 이 지구 생태계를 공유하고 사는 인간의 문화적 다양성(cultural diversity)도 포함된다.

 

 

생명다양성재단이 설립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서울대공원에서 불법으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이었다. 나는 어쩌다 ‘제돌이야생방류 시민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우리 재단은 물론, 핫핑크돌핀스, 동물자유연대, 카라와같은 동물보호단체들과 함께 1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제돌이와 그의 친구 넷을 모두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다. 작년에는 삼팔이와 춘삼이가 야생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제주 바다에는 이들과 함께 약 110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살고 있다. 서서히 수가 줄어들던 이들이 제돌이 등의 합류 이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냥 다섯 마리가 보태져 그런 게 아니라 돌고래를 대하는 제주 도민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 변화가 그들의 복원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제돌이와 친구들이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생명다양성 대사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오랜 관찰과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온 한국의 대표적 과학자이다. 하버드대 재학(박사과정) 시절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인연을 맺었고, 그의 저서를 번역하면서 ‘통섭’ 개념을 국내에 알려 큰 주목을 받았다. 과학의 대중화에도 앞장서 활발한 강연 및 기고 활동을 펴고 있다. 저서로는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생각의 탐험>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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