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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호] 커버스토리 / 새빨간 거짓말을 걸러내는 법 / 탈진실의 시대, 무엇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
작성일 2017.03.28
담당부서 커뮤니케이션팀 분류 기획

[730] 커버스토리 / 새빨간 거짓말을 걸러내는 법

탈진실의 시대, 무엇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

 

 

‘탈진실’(post-truth)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영국 옥스포드사전이 선정한 2016년의 ‘올해의 키워드’입니다. 해당 단어가 ‘브렉시트’ 등을 제치고 선정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이었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SNS 채널들은 ‘가짜뉴스’(fake news)들로 뒤덮였고, 이를 근거로 온갖 의혹을 제기한 트럼프가 결국 이겼으니까요. 선거를 앞둔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트럼프를 벤치마킹한 후보들이 약진 중입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탈진실의 정치학: 거짓말의 기술’ 기사를 통해 이 같은 탈진실화를 우려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정치판의 탈진실화는 우리가 늘상 보아 온 ‘정치인들의 거짓말’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과거의 정치적 거짓말이 유권자의 정치적 견해를 돌려놓기 위한 것인 데 반해, 탈진실의 정치가 노리는 것은 그저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우리 안의 편견을 강화하는 것”이라 썼습니다.

 

가짜뉴스는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새빨간 거짓말’들은 더욱 교묘하게 진실로 포장되어 급속도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만약 탈진실화가 ‘현상’이 아닌 ‘일상’이 된다면, 우리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말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팩트’가 아니라 느낌과 편견과 차별에 바탕을 둔 가짜뉴스의 범람을 유네스코가 내버려두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가짜 뉴스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들었다?

지난해 11, 대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전 세계 언론과 전문가들은 원인 분석에 매달렸다. 미국만의 특이한 선거 제도, ‘샤이 트럼프’(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지지 성향을 숨긴 트럼프 지지자)의 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여론조사기법 등 다양하게 제시된 분석 결과들 가운데는 온라인상에서 급속히 퍼진 ’가짜뉴스’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페이스북 등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가장 큰 뉴스 소비 채널로 떠오른 데 반해, 이를 통해 유통되는 뉴스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일에 정부도, 서비스 공급자도, 언론도 모두 실패했다는 분석이었다. 급기야 “페이스북이 미 대통령 선거를 좌지우지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그것은 정신나간 생각(crazy idea)”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유권자들이 가짜뉴스 때문에 트럼프를 찍었다는 생각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통해 나타난 이번 선거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최대 규모의 트래픽(온라인 접속자 수)을 자랑하는 온라인 뉴스 채널인 버즈피드(buzzfeed.com)의 분석은 저커버그의 주장과는 또 달랐다. 버즈피드가 미 대선 직전 3개월간 페이스북 주요 뉴스 기사의 이용자 반응(engagement; ‘좋아요’ ‘공유’ ‘댓글’ 등을 포함한 이용자 반응 정도)을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가짜뉴스에 보인 이용자 반응 수는 871만여 건으로 정규 언론사 뉴스에 대한 반응 수인 737만여 건을 훨씬 웃돈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간 페이스북에서 최고 반응을 이끌어낸 상위 10개 기사 중 1, 3, 4, 5, 7위를 가짜 뉴스가 휩쓸었다. 1위는 “프란체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내용이었으며, 3위는 “힐러리 클린턴이 이슬람국가(ISIS)에 무기를 팔아넘겼음을 위키리크스가 폭로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 같은 통계만으로 ‘가짜뉴스가 선거 결과를 바꾸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온라인상에서 가짜뉴스의 영향력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하고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그 원인 역시 한두 가지로 좁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쟁을 통해 드러난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가짜뉴스가 기존 주류 언론사의 뉴스보다 더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더 그럴듯한 방법으로 뉴스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짜뉴스는 어떻게 진실의 가면을 쓰나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띠고 유포된 거짓 정보.’ 지난 2 14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가짜뉴스 개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정리된 가짜뉴스의 정의다. 가짜뉴스의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현대의 가짜뉴스는 인터넷과 IT기술, 그리고 SNS라는 날개를 달고 과거의 가짜뉴스와는 비할 바 없는 확산 속도와 파급력을 갖는다는 게 다른 점이다. 일례로 지난 2013 4, 세계적 통신사인 AP의 공식 트위터 계정이 해킹돼 “백악관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오바마 대통령이 부상을 입었다”는 거짓 트윗이 게시된 뒤 다우존스 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폭락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분에 불과했다. 주요 통신사의 긴급 뉴스를 분석하는 증권사 자동화 알고리즘이 거의 실시간으로 대량 주식 매도 주문을 낸 결과였다.

 

하나의 정보가 수백만 명의 손에 들린 기기로 순식간에 전달되는 현대의 뉴스 전파 속도는 모든 뉴스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1차 관문을 쉽게 통과하게 해 준다. 누구나 들어본 적 있는 말은 그렇지 못한 말보다 훨씬 그럴듯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 SNL(Saturday Night Live)은 트위터를 통해 ‘아니면 말고’ 식 언사를 즐겨쓰는 트럼프 대통령을 빗대 만든 콩트에서 트럼프역 배우의 입을 통해 이런 말을 했다. (내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그건 아무 상관 없어요. 내가 그 말을 뱉은 순간 국민 절반이 이미 그 말을 들은 게 되거든요!

 

번개 같은 전파 속도는 진짜 가짜 할 것 없이 모든 뉴스에 유리한 일이다. 하지만 뉴스가 뉴스 소비자에게 선별적으로 가 닿게 하는 검색엔진과 소셜 미디어의 ‘필터링’과 ‘개인화 알고리즘’은 가짜뉴스가 신뢰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검색 및 SNS 분야에서 각각 세계 최다 이용자 수를 자랑하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최근 앞다퉈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용자가 입력하는 검색어나 사용자의 반응 내용을 분석해 해당 사용자가 ‘보고싶어 할 만한’ 뉴스와 검색 결과를 우선적으로 걸러 보여주는 개인화 알고리즘은 필연적으로 사용자의 ‘정보 편식’을 낳는다. 한 사용자가 특정 뉴스나 검색어에 반응을 보이는 순간, 자동화된 서비스 제공자의 알고리즘은 해당 뉴스와 유사한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더욱 집중적으로 사용자 단말기에 띄우게 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사용자 온라인 속 세상은 점점 특정 방향으로 치우친 정보들로만 가득 차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필터 버블’(filter bubble) 이라 부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필터 버블을 최근의 가짜뉴스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이 있듯 인간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 자신이 믿는 바와 공통되는 부분이 많을수록 해당 정보를 쉽게 ‘진실’로 믿는 경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팩트 체크, 선택이 아닌 필수

대선이나 총선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주요 선거가 있을 때마다 주요 언론사들과 시민단체가 ‘팩트 체크’(fact check) 관련 특집을 내거나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필터 버블과 뉴스 소비자들의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 자기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외부를 통해 확인하려는 경향성)을 우려한 대책이다. 구글 역시 지난 2 6일 프랑스의 르몽드, 리베라시옹 등 언론사와 협력해 뉴스 검색 알고리즘에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크로스 체크 프로젝트’를 출범시켰고, 앞서 1 11일 페이스북은 워싱턴포스트, 버즈피드 등과 협력해 ‘페이스북 저널리즘 프로젝트’라는 가짜뉴스 대응 모델을 발표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일부 전문가들은 아예 웹 브라우저에 팩트 체크 관련 플러그인을 의무 내장토록 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뉴스에 따로 표시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동시에 알고리즘과 AI 등 ‘기술적 장치’에만 의존해 가짜뉴스를 선별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아무리 서비스 제공자와 언론사들이 노력한다 해도 ‘주도면밀하게 가공된 가짜뉴스’는 해당 필터를 피해갈 수 있을 거라는 우려에서다. 우리가 페이스북에서 내 구미에 맞는 뉴스에 얼마나 쉽게, 거의 본능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는지를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가는 우려다. 결국 개별 뉴스 소비자의 뉴스를 판별하는 안목을 높이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소개한 2013 4월의 ‘AP통신사 트위터 해킹 사건’이 주식 시장에서 단 몇 분간의 해프닝으로 끝난 것도 결국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인공지능처럼 해당 뉴스를 그대로 믿어버리는 대신 전화 몇 통으로 뉴스의 진위를 파악해 낸 덕분이었다.

 

 

‘가짜뉴스 면역력’ 교육으로 키워야

결국 오늘날과 같은 정보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에게는 그저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의미의 문해력이 아닌, 미디어 콘텐츠와 정보를 제대로 소비할 줄 안다는 의미에서의 또 다른 문해력이 필요하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능력을 포괄적으로 ‘미디어 정보 문해력’(Media Information Literacy: MIL)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학계와 교육계에서는 그 범위나 대상에 따라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 ‘정보 문해력’(Information Literacy) 등으로 다양하게 지칭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교육계가 이처럼 변화한 정보 소비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미디어 정보 문해력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역사교육그룹(Stanford History Education Group, SHEG)이 미국 내 12개 주 7804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학교부터 대학교 과정의 학생들 중 다수가 가장 간단한 형태의 뉴스와 광고를 구분해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에 친숙한(digital native) 젊은 층이 뉴스 소비도 보다 현명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중학생 중 80%이상이 웹사이트에서 뉴스와 뉴스형 광고 기사를 구분해 내지 못했고, 고등학생 중 25%만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배포되는 뉴스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뉴스 배포 주체가 ‘인증된 계정’(verified account)인지를 확인했다. 또한 30%가 넘는 학생들이 단순히 기사에 그럴듯한 도표나 그래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본 뉴스를 ‘진짜’라고 판단했다. 연구를 주관한 SHEG의 이사장 조엘 브레이크스톤 박사는 이에 대해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1999년까지만 해도 온라인 정보의 신뢰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 때로부터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 오늘날까지도 정보 문해력에 대한 교육 현장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탈진실’의 세상에서 진실을 가려내려면

영국 옥스포드사전이 2016년 올해의 키워드(Keyword of the Year)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한 것은 오늘날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배포되는 정보 중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탈진실화가 어느 한 국가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책 자체가 귀했던 18세기까지 인류 대다수는 ‘책에 쓰인 것’을 진실이라 믿었다. 인쇄 및 방송 미디어가 급속히 발달한 20세기까지는 ‘언론에 나온 것’을 진실이라 믿었다. 물론 예외도 적지 않았지만, 이 때까지 사람들에게 있어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은 진실에 접근하는 길을 안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중진국 이상 국가에서 ‘국민들이 글을 읽을 줄 알게 하는 것’은 더 이상 이슈조차 되지 못하는 지금, 우리가 쏟아지는 말과 글 속에서 진실을 찾는 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손 끝에서 떠오르는 방대한 정보들 중 ‘진짜’는 얼마나 되는가. 그 정보를 제대로 읽어내고 가려낼 줄 아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문해력은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 우리 모두가 시급히 대답을 찾아내야 할 질문이다.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위원

 

 

참고자료

forbes.com

How Data And Information Literacy Could End Fake News, Kalev Leetaru

bloter.net

[IT열쇳말] 가짜뉴스”

ed.stanford.edu

Stanford researchers find students have trouble judging the credibility of information online,

Brooke Donald

buzzfeed.com

This Analysis Shows How Viral Fake Election News Stories Outperformed Real News On Facebook

usatoday.com

Mark Zuckerberg: Facebook fake news didn't sway e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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