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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호] 특집 / “힘없는 언어는 사라져야 한다?” / ‘세계 모어(Mother language)의 날’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작성일 2017.02.01
담당부서 홍보소통팀 분류 기획

[728] 특집 / “힘없는 언어는 사라져야 한다?”

세계 모어(Mother language)의 날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단 한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오직 하나뿐인 노래가 있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소중함’ ‘감동’ 같은 낭만적인 단어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단 한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가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무가치함’ ‘사라짐’… 혹시 이런 팍팍한 단어가 아닐까.

현재 지구상에는 사용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어 사라지거나 소멸될 위기에 처한 고유 언어들이 적지 않다.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극히 적은 이른바 소수 언어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힘없는 언어들은 그냥 역사 너머로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 평화의 국제기구 유네스코는 단연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아니, 여기서 더 나아가 죽어가는 세계의 고유 언어를 되살릴 묘책도 내놓고 있다. 대체 왜 유네스코는 언어의 생존에 이토록 신경을 쓰는 걸까.

 

세계적인 언어 정보 제공 사이트인 ‘에스놀로그’(www.ethnologue.com)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모두 7097개에 이른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 지역에 가장 많은 2296(32.4%), 아프리카 지역에 2139(30.1%), 태평양 지역에 1313(18.5%), 아메리카 지역에 1062(15.0%), 유럽 지역에 287(4.0%)의 언어가 분포돼 있다. 지구 인구가 72 9415만 명(2017 1월 현재)이니 단순히 산술적으로 평균치를 내보면 인구 103만 명당 1개 꼴로 고유언어가 존재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모든 언어가 똑같은 영향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지구촌의 빈부격차만큼이나 언어 간에 ‘위상’ 차이도 크다. 세계인의 80%가량은 이 중에서 단 92(1.3%) 언어를 제1언어(first language, 모국어)로 사용한다. 범위를 더 좁히면, 지구상에서 5000만 명 이상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어는 23개에 불과하다. 1언어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는 표준 중국어(13억 명, 20.3%)이고, 그 뒤를 스페인어(4 2700만 명, 6.56%), 영어(34000만 명, 5.21%), 힌디어(2 6700만 명, 4.1%), 아랍어(2 6000만 명, 3.99%) 순으로 잇고 있다. 한국어의 경우 중국, 동러시아 일대 등 7개 국에서 7730만 명이 사용하는 언어로 12위에 올라 있다.

 

반면, 1명 이상 100명 이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소수 언어는 469개나 된다. 게다가 사용자가 없어 이미 소멸한 고유 언어도 220개에 이른다. 2016년 책자로 발간된 에스놀로그 제19판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에도 9개 언어가 지상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에스놀로그는 전체 언어 중에서 위기에 처한 언어(In Trouble) 1524, 소멸 중인 언어(Dying) 920개에 이르는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 전체 언어의 ⅓ 이상(34%)에 생존의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라져가는 언어들

유네스코가 언어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1996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펴내고 있는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 지도>(Atlas of the World's Languages in Danger, 이하 ‘아틀라스’)를 보면 언어의 위기는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아틀라스 인터넷판에는 소멸 위기의 정도에 따라 흰색(취약)-노란색(소멸 위기)-주황색(심각한 소멸 위기)-빨간색(소멸 고비)-검은색(소멸) 5단계로 언어의 상태가 지역별로 표시돼 있는데, 세계 지도가 온통 노랗고 빨갛고 검은 색으로 뒤덮여 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에도 빨간색 원이 표시돼 있다. 이는 제주어가 ‘소멸 고비에 처한’ 언어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아틀라스에 따르면 지난 1세기 동안 지구상에서 200여개의 언어가 사라졌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약 2500개의 언어가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중 230개의 언어는 이미 1950년부터 소멸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다. 아틀라스가 소멸 위기의 정도를 판단하는 핵심 잣대로 삼은 것은 바로 ‘언어의 세대간 전달’이다.

 

한 예로 나이지리아 원주민의 언어 중 하나인 아야(Aya)어는 단 800명 정도만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대부분이 노년층이라서 소멸 고비에 처한 언어로 분류됐다. 홍콩 토착인들이 사용하던 언어로, 현재 50여 명의 노인들이 명맥을 잇고 있는 파투아(Patua)어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설사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언어라 할지라도, 해당 언어가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경우 소멸 위기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이해하지도 못할, 아마 앞으로도 들을 기회가 없을 듯한 지구 저편의 언어가 사라지는 것이 대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언어가 한 종족, 한 사회, 한 나라의 부침과 함께 생로병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언어의 바벨탑

사실, 서구사회에서도 오랜 세월 동안 ‘소수 언어의 소멸’은 관심 밖의 주제였다. 유네스코 공식 기관지였던 <유네스코 꾸리에>(UNESCO Courier) 1994 5월호에는 ‘언어의 세계’를 조명하는 특집이 수록됐는데, 그 중 독일 언어학자 피터 뮐호이슬러(Peter Mühlhäuser)의 ‘바벱탑 구출’이라는 글에서 그 사상적 배경을 엿볼 수 있다.

 

“성서에 의하면 노아의 후손들은 어느 날 그들이 하늘에 닿을 수 있게 해줄 정도로 거대한 탑을 건조하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신은 그들 사이에 의사소통의 도구인 언어를 혼란시킴으로써 그들의 자만심에 벌을 내렸다. 그러므로 언어의 다양성은 신의 징벌이라 할 것이다. 여러 세기를 두고 서구의 사상을 지배해 온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러한 다양성이 행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불행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반대로 그것이 보존해야 할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현재의 실행과 정책에 의해서 위협받고 있는 많은 소수파 언어들을 구할 긴급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언어에 담긴) 경험과 축적된 지혜 같은 인류 재산의 상당 부분의 혜택을 영원히 상실할 위험이 있다.

 

피터 뮐호이슬러는 이 글에서 “오늘날 사용되는 언어들은 모두가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반영돼 있다”면서 “각 언어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인류가 수천년간 노력한 결과라고 간주하면, 우리가 어찌해서 언어의 다양성이 장애물이 아니라 재산인지를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왜 각각의 고유 언어가 한 집단의 삶과 지혜와 적응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는지,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오스트레일리아의 북쪽에 있는 뉴기니 섬의 몇몇 부족들은 어떤 식물과()의 나뭇잎들을 무려 12가지 이상의 이름으로 표현한다. 그 잎들이 직물용인지, 장식용인지, 마법용인지, 식용인지 혹은 다른 목적에 쓰이는지에 따라 서로 다르게 표현함으로써 언어를 통해 후대에 삶의 경험과 지혜를 전해주는 것이다. 만약 이 부족들의 언어가 사라진다면, 과연 영어나 스페인어 같은 외래어가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이는 세상에 에스키모의 언어보다 이글루나 눈에 대해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유네스코, 그리고 모어의 부활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피터 뮐호이슬러의 생각은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세계의 언어들은 인류가 지닌 매우 풍부한 창의성과 세계관, 그리고 가치체계를 보여준다. 언어를 총제적인 문화의 DNA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각의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정체성이 배어 있다. <유네스코 꾸리에>의 편집인이었던 아델 리파트는 “아랍어를 한자로 기록한다면 더 이상 아랍어가 아니다. 고유한 표기체계가 사라진다면, 그 언어는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만약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다면, 수백, 수천년 동안 그 언어로 사유되고 표현돼 온 문화유산과의 소통이 단절되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 다양성을 확장하는 것은 인류의 곡간에 다른 이들의 지혜와 경험이라는 보물을 쌓아두는 일과 마찬가지이다. 다른 한편으로 언어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휴머니즘의 첫 걸음을 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어 사용자 수의 많고 적음, 언어가 지닌 힘의 세고 약함을 떠나 누군가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인류가 지닌 언어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사라져가는 모어(Mother Language)를 보호하기 위해 1999년 제30차 총회에서 2 21일을 ‘세계 모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로 지정해 매년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모어’는 한 나라나 종족의 제1언어(모국어)로 해석되는데, 사실상 사람이 태어나 처음 듣고 배우는 ‘고유어’의 개념에 가깝다.

 

유네스코가 위기의 모어를 보호하고, 언어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권하는 가장 강력한 해법은 바로 ‘교육’이다. 실제로 1974년에 네드 메드렐(Ned Maddrell)이라는 마지막 화자(last speaker)가 사망함으로써 지상에서 사라졌던 영국 북아일랜드 지역의 맹크스(Manx)어는 가정과 학교의 교육을 통해 다시 부활하기도 했다. 유네스코 ‘아틀라스’에는 흰색 네모로 표시되는 지역이 더러 있는데, 바로 소멸됐다 되살아난 언어를 의미한다. 특히 유네스코는 유년기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모어를 기반으로 하는 다언어 교육(Multilingual Education)을 장려함으로써 모어의 전수와 세계시민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 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부족의 지혜

유네스코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어와 함께 공식 언어, 외국어를 사용한 수업이 어린이들의 인지능력 개발과 학습능력 향상에 기여하며,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언어 교육은 자신과 다른 세계관과 사유 체계를 지닌 사람들의 특질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문화 간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로 다가가는 또 하나의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파푸아뉴기니에 있는 몇몇 부족들 사이에서 이어져 내려온 흥미로운 관습은, 다언어 교육이 인류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안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전통적으로 서로 적대적 관계였던 이 부족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부족 간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서로 의사소통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이 부족들은 관례적으로 어린이들을 서로 교환하기 시작했는데, 이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모국어에다가 자신들이 살게 되는 해당 부족의 언어를 함께 배우게 됐다. 이 어린이들은 나중에 부족들 간에 분쟁이나 다른 문제들이 야기됐을 때 이를 조정하는 외교사절이나 통역가로 활약을 했고, 이들의 신변안전은 양측의 엄격한 법에 의해 보장됐다고 한다. 이 부족들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지 못했다면, 아마도 사소한 오해로도 다툼과 전쟁이 빈번했을 것이다.

 

이제 이 글의 맨앞에서처럼, 단 몇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소수 언어들을 다시 떠올려 보자. 더 이상 그 언어들이 무가치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오늘 우리는 유네스코로부터 ‘언어의 다양성’이라는 값진 의미를 선물 받은 셈이다.

 

송영철 유네스코뉴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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