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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호] 2016 해외 유네스코학교 방문 프로그램 참가 후기 / 우리가 네팔에서 깨닫고 배우는 것들
작성일 2016.12.02
담당부서 교육팀 분류 교육

[726] 2016 해외 유네스코학교 방문 프로그램 참가 후기

우리가 네팔에서 깨닫고 배우는 것들

 

 

 지난 10월 국내 유네스코학교 교사들 및 교육청 담당자가해외 유네스코학교 방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네팔을 찾았다. 현지의 유네스코학교들과 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프로그램 현장 등을 둘러본 방문단은 과연 무엇을 가슴에 새기고 돌아왔을까. 프로그램 참가 후기를 통해 그 경험과 마음을 함께 나눠보자.

 

 

너무 몰랐던 네팔

2016 해외 유네스코학교 방문단 참가 신청을 권하는 교육청의 공문을 접하고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신청했다. 해외 근무 경험에서 얻은 작은 자신감과 가 보지 않은 곳에 대한 뭔지 모르게 끌리는 매력, 이것을 힘으로 하루 만에 영문 신청서를 완성했다. 방문단의 일원으로 합류하여 사전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으나 나는 네팔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 단지 에베레스트가 있는 히말라야 산맥, 지난해 지진으로 세계의 관심을 잠시 끌었던 나라라는 정도밖에.

그러니 안내 받은 내용들이 하나같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10월 하순 방문인데, ‘한국의 가을철 복장이면 된다니 에베레스트는 고산이라 매우 추운 곳 아닌가? 또한마스크를 준비하면 좋다고 하는데, 네팔은 산악지방이라 공기가 세계에서 제일 깨끗한 곳 아닌가? ‘방문할 학교의 아동들을 위해 과자를 준비하라는데, 네팔은 많은 관광객들 덕분에 동남아 국가 중에서 살림살이가 좀 나은 편이 아닌가? 나라 위치도, 삶의 수준도, 인종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네팔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다.

 

10 18일 오후 인천공항을 떠난 우리 방문단은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에 도착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번화가 타멜(Thamel) 거리에 있는 숙소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매연, 먼지, 소음, 경적소리, 오토바이 물결을 헤쳐야 했다. 우리 일행은 6일간의 체류 기간 동안 네팔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유네스코학교, 유네스코 문화유적지, 그리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내년부터 지원하는 아시아 브릿지 사업장 등을 방문하였다.

 

 

 

조금 알게 된 네팔

참으로 친절하고 순진하며 때 묻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방문하는 학교마다 정문부터 줄지어 기다리는 교직원과 학생들은 꽃목걸이와 스카프로 환영했다. ‘나마스테’(서로의 안녕을 비는 네팔 인사말)와 함께, 맑고 총명하고 기대 섞인 눈망울로 외국인을 맞이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50여 년 전 한국 학교 모습이 떠올랐다. 창틀은 있으나 유리가 없는 교실에서 3~4인용 책걸상에 자연스레 남녀로 나눠 앉은 모습 역시 그러했다.

 

처음 방문한 아다르샤(Adarsha) 중고등학교에서는 특별실로 방문단을 안내했다. 도무지 무얼 하는 곳인지 분간이 안 되었는데, 나중에 행사를 마치고 물어보니 도서관이란다. 실제 학생들 교과서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도서관의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만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학생, 교직원 모두 열정이 넘치는 분위기였다. 상황에 만족하면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능력껏 최고의 교육을 펼쳐나가고 있는 듯했다.

 

난디(Nandi) 중고등학교를 방문한 둘째 날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 학교의 시설 재건식이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5 5000달러의 재건 예산 중에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5만 달러를 지원한 사업으로, 네팔 유네스코국가위원회의 고위 간부들, 지역 사회의 유지들도 많이 참석하여 학교 관계자들에 대한 격려뿐만 아니라 한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대해 깊은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렇게 많은 참석자가 왔으니 하루 종일 행사가 진행되었다. 모든 참석자들의 소개, 양국 관계자들의 축사, 학생·교직원 대표의 감사인사, 현판식, 행사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던 한국 방문단의 레샴 피리리

 

(네팔의 대표 민요) 공연까지. 한국 방문단이 어설프게나마 자국의 민요를 부르니 지역 노인들이 다 함께 전통 춤으로 합류하고, 자연스레 양국 합동 공연(?)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재건식 행사는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었는데, 빈 교실들을 채울 각종 기자재와 도서들은 또 어떻게 구할지, 학교 관계자들의 고민은 끊이지 않는 듯했다.

 

 

 

배움의 열정은 네팔의 희망

아시아 브릿지 사업장이 있는 고르카 갈촉 마을 방문은 이번 일정 중 가장 힘든 여정이었다. 130㎞를 네 시간 넘게 험한 2차선 길을 달려서 겨우 도착할 정도였다. 이동 중에 히말라야 산맥 중 이름 모를 봉우리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보너스였다.

 

마을 지역학습센터(Community Learn- ing Center)가 지진으로 무너져, 우리 일행은 벼를 수확한 논바닥에서 주민들과 모임을 가졌다. 멀리서 온 손님들을 위해 마당 한 구석에서 온 마을 여자들이 나와서 음식을 마련했다.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과 종류는 같았으나 정성 가득한 점심이었다.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니 마을학습공동체의 주요 활동에 여성들의 참여 비율이 높단다. 특히 문해반에는 여성들이 훨씬 많다고 한다. 여성의 문맹 비율이 남자들보다 높아서가 아니라 남자들은 자존심 때문에 본인이 문맹자라는 것이 밝혀질까 봐 잘 안 나온다는 것. 아내를 센터에 보내서 다시 아내에게서 글을 배우는 착한 남편들이 많다니 그래도 다행이다.

 

학습센터 방문 후 이 지역의 지안마르게(Gyanmarge) 학교를 방문했다. 우리 일행은 버스를 이용했던 전날과 달리, 소형 지프차를 나누어 타고 이동했는데, 길이 너무 험해서 도저히 일반 버스나 승용차로는 접근이 안 되는 엄청난 산골이었다. 그런데 학생 수가 상상 외로 많았다. 700여 명. 궁금했다. 어디서 이 많은 학생들이 모인 것일까. 간선도로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산골 구석구석에서 이렇게 모여든단다. 우리나라 교육열 못지않은 배움의 열정은 네팔의 희망이다. 운동장 가운데 나뭇가지로 만든 축구 골대가 양쪽에 서 있었다. 축구를 하기에는 운동장이 너무 거칠었다. 그래도 시골학교라 넓은 운동장을 마련한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졌다. 교무실은 천장이 다 무너진 상태였다. 천장 골조가 드러나고, 벽은 10년도 넘은 달력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손님들을 맞이하는 학생들의 공연이 있었다. 초등부와 중등부 학생들의 전통무용이었다. 다른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발을 유심히 보았다. 교복은 똑같이 입었지만, 양말을 신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으로 구분되었다. 아직 제대로 양말에 운동화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상당수였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 그것으로 인한 구김살은 없었다.

 

 

함께 나누어야 할 네팔

68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가슴속에는 여행의 추억보다는 무언가 무거운 짐이 얹힌 느낌이 들었다. 어느 학교 방문에서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50~60년 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교육의 힘으로 이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네팔도 곧 그러한 단계에 이르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국민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뛰어나다. 그러나 그러한 열정을 담을 최소한의 인프라는 필수적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네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열정을 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열정을 실현시켜줄 여건은 턱없이 부족했다. 국가 예산의 상당 부분을 해외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맹률이 상당하고, 학업 중단률이 매우 높은 나라.

 

학교로 돌아와 담당하는 동아리반 학생들과 함께 네팔 일정 사진들을 펼쳐 보았다. 우리 학생들도 네팔은 히말라야가 있는 아름답고 여유 있는 나라, 알프스의 스위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나라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진 속의 네팔은 그들에게 충격적이었다. 이 지구상에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또 다른 곳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박정수 부산 금정고 교장

 

레샴 피리리(Resham Phiriri) : 우리나라의 아리랑처럼 네팔의 대표적인 민요. 히말라야산맥을 오르내릴 때 흥얼거리는 트레킹 노래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바람에 펄럭이는 비단처럼 마음이 두근거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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